1. 활래정과 방지
1-1. 별당 활래정
열화당 뒷쪽에 우람하게 서 있는 계화나무나 활래정 뒷산에 솟은 떡갈나무의 거대한 모습은 선교장 전체의 배경을 이루는 노송들과 어울려 고전미 · 우아미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주객(主客)이 나누는 정담에서 열화당의 진미를 맛 볼 수 있다면, 그 곳은 늦가을로부터 초봄까지 한겨울을 나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문을 활짝 열고 바람을 맞으며, 때로는 연잎에 듣는 빗소리에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활래정이라면, 그 곳은 연잎이 솟고 연잣(蓮養)이 맺힐 때까지의 한 여름을 보내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들어열개의 분합문으로 구성된 활래정은 사시사철로 변하는 우주의 변화와 생동감을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이와 더불어 이정자는 선교장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과 행동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열화당을 폐쇄적이요 구수한 인정미에 비유한다면, 활래정은 개방적이요 정겨운 자연미를 맛보는 곳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듯 조선조 상류사회는 가장 기본집단인 가정에서부터 풍류의 멋을 찾았다. 선교장은 그러한 표본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이라 평가할 만하다.
가옥배치상 활래정은 동리어구에 있으며 형국(形局)상 청룡부리에 해당한다. 앞에 한변 폭10丈 방형연지(方形蓮池)를 축조하고 내부 중앙에 폭 27자×23자의 장방형(長方形) 섬을 두고 소나무를 식재했다. 연지의 석축 높이는 4尺으로 자연석 석축으로 축조 되었으며 연못속에는 연(蓮)을 심었다.
연못 주위 수목으로는 연못 네모서리에 수령 100년이 넘어 보이는 배롱나무 4주가 식재되어 있으며 가옥쪽을 제외한 나머지 연못 주위에 근래에 식재된 것으로 추청되는 무궁화 생울타리로 둘러쳐져 있는데 제거함이 더욱 좋을 듯하다.
연지의 물은 한밭(大田)의 태장봉(胎藏峰)에서 끊임없이 내려오는 밝은 물을 이용하고 있다.
연못 동측변 중간에 활래정(活來亭)이 있으며 뒷측(동측)은 풍수형국으로 볼 때 좌청룡에 해당하는 구릉으로 수백년 묵은 떡갈나무 등으로 활래정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선교장 관리인의 이야기로는 활래정의 당초 위치가 연지내 방지가운데(方島中)에 있었는데 지금의 위치로 옮겨 풍수상 청룡부리를 눌러 가세가 전보다 못해졌다는 유감의 뜻을 나타낸다.
선교장의 사계(四季)
강릉을 가리켜 ‘사계의 고을’이라 일컫는다면, 선교장을 ‘사계의 장원(莊園)’이라 불러 마땅하다.
[봄(春)]
활래정의 앞 논에 해빙(解氷)의 물이 넘쳐 출렁이고, 그 물 위를 봄바람이 파문을 일으키면 이곳의 봄은 시작된다. 안채 뒤 대밭에 죽순이 움트고, 매화가 그 짙은 자태를 드러내며, 못엔 연잎이 솟고, 활래정 뒷산에 오죽순이 얼굴을 내민다. 그러면 이곳 골짜기는 한겨울의 동면으로부터 서서히 깨기 시작한다. 앞 냇가 아지랑이가 움트는 버들가지와 더불어 이곳의 봄은 생동하는 아름다움으로 술렁인다.
[여름(夏)]
여름은 뒤 솔밭으로부터 온다. 짙은 녹음을 이루는 노송, 고목 속에 깃을 친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 매미·쓰르라미 소리로 한결 여름은 짙어간다. 이때 제철을 맞는 것이 활래정이다. 연꽃봉오리가 솟고 꽃봉오리가 터지면 누마루에 올라 술자리를 벌인다.
그때는 으례이 시서화(詩書畵)가 곁들이게 된다. 비오는 날, 연잎에 듣는 빗소리, 연잎에 괸 물이 쏟아지는 소리 역시 문객(文客)의 시정(詩情)을 일게 한다.
이곳의 단오절은 큰 민속행사의 하나다. 농사에 바쁜 계절이라 일꾼들이 밤에 모여 모닥불을 피워 놓고, 베를 틀게 된다. 이럴 때는 농주(農滴)가 담긴 술동이가 반드시 곁들인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그넷줄을 뒷산 노송가지에 달면, 단오를 전후하여 동네 아낙들이 그네 솜씨를 다투게 된다. 뒷산은 노송 수백 그루가 밀집한 솔밭이라 그 밑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땀을 식히는 정원이 되기도 한다. 노송에 깃을 튼 소리개가 날아 하늘을 맴도는 것도 한여름 오후의 정경이다.
[가을(秋)]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선교장 곳간으로 밀려오는 곡식은 이곳 이씨 가의 부(富)의 면모를 알리는 것이다. 또 ‘교당마당’(東進學校 校庭을 이렇게 부른다) 옆에 자리한 곳간은 전주이씨가의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남북촌에 분산시키고도 이 거대한 곳간에 가득 찰 만하다면 그것은 경이적인 것이었다. 소작물에 대한 품평회가 있는 날이면 강원도의 농정(農政) 업무를 이곳으로 옮겨 놓은 듯 요란했다고 한다. 그 즈음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것은 감나무다. 주렁주렁 달린 감은 가을철 풍요를 한층 미화시키는 모습이다. 빨갛게 물든 감은 따서 아낙네들이 한방에 모여 밤 지새워 가며 깎아 새끼줄에 걸든지 싸리나무가지에 꿰어 말려 곶감을 만든다. 이같이 처마 밑에 곶감이 널린 이곳 농촌 풍경엔 정서가 넘친다. 감 껍질은 껍질대로 바구니에 담아 햇볕에 말린다. 이렇게 말린 곶감을 접는 작업은 한가한 겨울밤으로 미루어야 한다. 곶감을 만들고 남은 감은 잎이 다 떨어지고 서리가 내릴 때까지 나무에 달린 채 익어 홍시가 된다.
그렇게 익은 홍시는 장대로 하나하나 따고 몇 개는 까치밥이라고 하여 잡새들이 먹도록 나무에 남겨두는 여유를 잊지 않는다. 밤나무 밑에서 아람 줍는 것도 가을의 한 정경이다. 떨어진 아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줍는 이가 임자가 된다. 그것은 강릉의 인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앞내 뚝에 서면, 마주 보이는 태백준령의 줄기가 블타 오르듯 붉게 물들고, 어느 날 밤, 그 산줄기에 산불이 일어 붉게 타오를 적이면, 동심에 젖은 아이들은 할머니로부터 “저렇게 나무가 타버리는 해는 큰 난리가 인다”는 이야기에, 가슴 조이기도 하는 가을이다.
[겨울(冬)]
이곳의 겨울은 시운(詩韻)에 오를 만하다. 강릉은 눈(雪)의 고장이다. 더우기 선교장의 설경은 그 가운데서도 일품이다. 눈에 덮인 노송, 그 위에 때때로 날아드는 학, 그건 선간(仙間)의 경(景)이다. 굳게 닫힌 활래정에 눈에 덮이고, 연못의 물은 얼어 말라 비틀어 진 연줄기의 모습에 시정이 자극되기도 한다. 연못이나 앞내는 아이들의 얼음지치는 곳이다. 내를 따라 경포호수까지 달리곤 한다. 겨울은 정적의 계절이다. 그러나 선교장엔 많은 내객이 있어27), 빠르면 한 주, 길면 수개월을 머물고 간다. 특히 겨울철의 손은 길게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인물들의 교류는 선교장의 면모가 된다.
27) 이러한 사람들 가운데는 이름난 시인 묵객들이 않아, 지금도 이곳에 소장되어 있는 서화 중에서 이들의 작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 가운데에도 순조조(純祖朝)의 영상(領相) 운석 조인영(雲石 趙寅永)을 비롯하여 근대에 와서 소남 이희수(少南李喜秀), 무정 정만조(武亭鄧萬朝), 규원 정병조(葵園鄭丙朝), 성당 김돈희(惺堂金敦熙),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일주 김진우(一洲金據宇), 백련 지운영(白蓮池雲英), 농천 이병희(農泉李丙熙), 성재 김태석(惶齋金台錫), 옥소 심형섭(玉請沈衡燮), 차강 박기정(此江朴基正) 등 시문과 서화에서 당대에이름을 떨쳤던 인물들이 보인다. 그 밖의 인물로는 신학문에 뛰어나고 정계에도 관계했던 성재 이시영(省齋李始榮), 몽양 여운형(夢陽 呂運亨) 등이 돋보이는 인물들이었다.
活來亭 10景
(활래정 10경)
경 | 십경 명 | 십경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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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竹島曉月(죽도효월) | 죽도봉에 뜬 새벽 달 |
2 | 商山靑風(상산청풍) | 상산에 부는 맑은 바람 |
3 | 鏡湖漁笛(경호어적) | 경포 어부의 피리소리 |
4 | 道峯樵歌(도봉초가) | 도봉 나무꾼의 노랫가락 |
5 | 喚仙尋眞(환선심진) | 환선봉의 진면목 찾기 |
6 | 聚彦觀德(취언관덕) | 모인 선비들의 덕 있는 모습 |
7 | 雲谷暮雨(운덕모우) | 운곡에 내리는 저녁 비 |
8 | 仙橋夕炊(선교석취) | 선교장의 저녁연기 |
9 | 東樓曉鐘(동루효종) | 동루의 새벽 종소리 |
10 | 南坪觀稼(남평관가) | 남평의 농사짖는 모습 |
1-2. 방지(方池,蓮池)
연못은 택지의 배수를 처리한다는 실용적인면도 있으나 상징적인 조경의 의미가 결합되어 있는 곳이다.
활래정 전면의 네모난 못(方池)에 둥근 섬이 당주인데 방지원도형(方池圓島形)은 음양설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방지는 음으로 땅, 둥근 섬은 양으로서 하늘을 상징한다. 이들의 조화는 바로 음양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이며, 이는 음양의 결합에 의해 만물이 태어나듯이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것이었다.28) 현재는 소나무 3그루가 식수되어 있다.
당주(當州)
노송이 있는 봉래선산이며, 잘 자란 소나무 숲이 정자의 배경이 되고 있어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예전에는 목조 보교가 있어 안으로 통행이 가능하였으나 지금은 다리가 없어진 상태이다.
방택(方宅)
방택은 네모난 연못속에 네모난 제단을 쌓아올린 것이다. 지신은 생산의 기반인 땅을 관장하는 신으로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다. 결국 이 형태도 자손의 번영과 풍요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형태는 지신(地神)을 모셔 제사를 지내는 자리로 꾸며졌던 지단(地壇)의 축소한 형태라고 추정되고 있다.
28) 처음에는 대문 양쪽에 연못을 파기도하였으나 이 형국은 곡(谷)자와 같다 하여 후에는 동쪽 한 편에만 꾸미게 되었다. 이 같은 연못은 택지의 배수를 처리한다는 실용적인면도 있었으나 바깥들의 정원구성의 중향공간이 되었다. 예부터 꾸며 온 방지에다. 한가운데에 섬을 랄히는 기법인 방지측도형(方池側島型)은 조선중엽부터시작되었다. 여기에는 섬을 원형으로 만드는 방지원도형(方池圓島型)과 섬을 네모형으로 만드는 방지방도형(方池方島型)이 있다. 방지원도형은 음양설과 천원피방설이 합해져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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